병원으로온편지

병원으로 온 편지

HOME > 고객센터 > 병원으로 온 편지

하나병원은 환자의 마음을 먼저 생각합니다.

오늘도 웃는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정진화 댓글 0건 조회 1,518회 작성일 11-01-27 15:05

본문

2008년 4월 9일!
 내 인생을 두번째로 바꾸어 놓은 사건이 일어난 날이다.
 어린 나이에 양가 부모님의 반대로 힘든 결혼을 했고, 이듬해 태어난 첫아이가 선천성 복잡심장기형으로 진단받으면서 시작된 불행은 8년만에 다섯번의 심장 수술과 기나긴 합병증과의 싸움으로 인해 감당이 안될만큼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과 마음의 상처로 인해 가정이 깨어지고 아이들과 이별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들어 놓았다. 벼랑끝에 내몰린 그때의 심정으로는 나 혼자 몸조차도 감당하기 힘든 시간이었다고 그때의 선택을 스스로 위로하며 보낸 시간이 또 5년! 그 시간들 동안 내아이들에게 더 큰 상처를 던져준 엄마를 벌이라도 주듯이 작은 아이가 화상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빚만 다 갚고 나면 단칸방이라도 얻어서 아이들을 모두 데려 오겠다는 마음 하나로고된 식당일과 몸스리쳐지는 그리움을 견딜수 있었는데 작은 아이의 사고 소식은 도저히 믿기 힘든 또 한번의 절망이었다.
 중환자실에서 퉁퉁부은 얼굴로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는 아이의 원망조차 없던 눈동자! 열두살 작은 몸뚱이가 감당하기에는 상상도 못할고통으로 정신까지 오락가락 하는 아이앞에서 그순간을 지켜 주지 못한 죄스러움으로 울음소리 조차 낼 수가 없었다.  정말 신이 존재하는 것일까? 신이 존재한다면 어떻게 이런 고통과 절망을 한 어미와 자식에게 두번씩이나 줄 수 있단 말인가?  어느 누군가를 원망이라도하지 않으면 도저히 온전한 정신으로는 견딜수가 없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원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중화상 치료란 것이환자인 아이가 받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버금 갈 만큼의 치료비가 지속적으로 들어 간다는 것을 알았을땐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아이가 지난 시간 받아온 마음의 상처를 보상해 주기는 커녕 매일 매일을 고통과 통증으로 신음하는 아이앞에서 치료비 걱정을 해야 하는 암담하고 비참한 어미의 심정을 그 누가 헤아려 줄 수 있을까?하지만 끝없이 추락할것만 같은 절망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환자가 입원을 하면 사고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일일이 찾아다니며 환자와 보호자가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상담을 해주시는 병원 상주 사회복지사 선생님께서 나와 내아이들의 상황을 들으시고 마치 본인이 겪고 있는 아픔처럼 열심히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봐 주셨고 우리 네식구는그렇게 첫번째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내가 미처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관심과 배려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화상전문병원의 특성상 같은 아픔과 고통을공유하는 다른 환자들의 경험에서 오는 격려의 한마디와 재활에 임하는 그들의 긍정적인 자세가 고통으로 일그러졌던 아이의 표정을 돌려 놓았고 긍정과 감사의 마음을 심어 주었다. 땀에 젖어 열정적으로 치료해주시던 담당의사선생님에 대한 무한신뢰로 아이가 용기를내어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기 시작했고, 내동생 내아이를  대하듯 환자가 처한 고통을 같이 아파하며 애정과 정성으로 보살펴 주시던 병동 간호사 선생님들과 치료사 선생님들께서 계셨기에 아이와 나에겐 소중한 희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지금 아이는 투병생활 3년째로 접어들었다. 여전히 아이는 자신의 회복될 모습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피부재건수술과 피부재활치료를 꾸준히 받아내고 있다. 그리고 초등5학년때 사고를 당해 2년간 휴학을 하면서 틈틈히 검정고시를 준비해 올해 5월 중등입학자격 검정고시에도 좋은 성적으로 합격을 했다.
 지금은 사고직후의 기억들은 떠올리기도 싫은 지우고 싶은 기억일 수 밖에 없다. 힘겹고 두렵고 원망과 좌절속에서 도저히 헤어날 수 없었을것만 같은 시간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걸어나올 수 있었던 것은  화상병원에서의 71일간에 소중한 관심과 배려와 열정과 경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것 같다. 아이의 밝아진 모습과 차츰 나아져가는 모습에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 주시는 병원의 모든 직원분들은 이제 내아이에게는 제2의 가족이 되어버렸다. 아이들과 나는 오늘도 웃는다!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던 사고에서 아이는 지금까지 잘 견디어주고 있고 서로가 애타게 그리워했던 시간들을 보상받듯이 매일 매일 같은 공간에서 숨쉴 수 있는 이 시간들이 이제는 가장 큰 행복인것같다. 이제 더이상 어떤 절망과 좌절들이 나를 넘어뜨려도 주저앉지 않으리라는 용기가 아이와 내가 함께 이겨낸 2년여의 시간들이 준 가장 큰 선물인것 같다. 아직 내아이와 내가 이겨내야할 시간들이 얼마나 남겨져 있는지는 아직 알 수가 없지만 어렵게 찾은 이 소중한 시간들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켜나갈것을 조심스럽게 다짐해 본다.